▲ [뉴스부산] 점은 선의 시작이자 끝이다. 점점이 이어지는 산봉우리가 그리는 아름다운 선을 따라 황홀한 상상여행을 떠난다. 글·사진=최원호(2019년 2월 24일, 강원도 홍천 장락산 깃대봉에서)

■ 뉴스부산초대석 - 최원호 대표의 자기경영

(10) 문제는 소화다

먹는 즐거움을 빼놓고 인생을 논할 수 있을까? 음식을 마음껏 씹을 수 있는 튼튼한 치아를 5복중 으뜸으로 치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요,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하는 판이다.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이가 부실해 치과 드나들기를 제집 드나들듯이 한 나로서는 백 퍼센트 공감이 간다.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자신도 모르게 버릇처럼 일에 파묻혀 때를 놓친 사람들에게 농담 반 진담 건네는 핀잔에도 여지없이 먹는 일이 등장한다.

이처럼 먹는 것은 생존의 근본이다. 하지만 무작정 먹는 것 하나에 목숨 거는 시대는 이미 먼 옛날이야기다. 먹거리가 부족해 영양실조로 얼굴이 누렇게 뜬 사람보다는 불어난 몸집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흔한 세상이다. 게다가 방송은 맛집 기행을 맛깔스럽게 다듬고 포장해서 일일 드라마처럼 방영하며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한다. 그러나 먹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이 소화다. 입으로 들어간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면 금세 탈이 난다. 갖가지 음식이 주는 즐거움만 탐닉한 채 뒷일을 생각지 않으면 일격에 자신의 일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소화라는 단어는 음식과 가장 궁합이 맞지만 먹거리에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소화력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감을 통해서 들어오는 세상의 모두 정보를 제대로 소화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삶의 질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오감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들어오는 삼라만상, 코로 들어오고 나가는 숨결과 냄새, 정보나 지식을 이해하는 모든 일 등, 어느 것 하나 소화력과 관련이 없는 것이 없다. 뭐든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그릇된 정보와 지식이 비뚤어진 고정관념을 만들기도 하고, 옳지 못한 버릇이 자신도 모르게 고질병처럼 고약한 습관이 되기도 한다.

▲ [뉴스부산] 초등학교 시절 단골 소풍이었던 왕릉(구형왕릉), 거대한 돌무덤 앞에 서자 신기하게도 기억 속의 옛 추억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글·사진=최원호(2019년 2월 7일, 경남 산청군 금서면 왕산에서)

흔히들 책을 인간 지혜의 보물창고라고 한다. 지적 자양분은 상당부분 책을 통해 전달되고 공유된다. 그러나 책 읽기 역시 소화를 못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다. “인간은 원래 반추동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저 많은 책을 머리에 채워 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삼킨 것을 잘 새김질하여 소화시키지 않는다면 책은 우리에게 아무런 힘과 자양도 주지 않을 것이다.” 로크의 말이 별처럼 빛나는 이유다.

최원호 도남아카데미 대표 cwh3387@gmail.com

☞ 최원호(60) 도남아카데미 대표는 ▲한솔교육 자문위원, ▲능률협회 교수, ▲재능교육연수원(JSL) 대표이사, ▲JWL 수석 컨설턴트(임원), ▲일본사회문화연구소 운영, 집필 및 연구활동, ▲동양문고㈜ 대표이사(사장), ▲삼성그룹(삼성카드 경영혁신팀 근무)에서 일했다. [뉴스부산=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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