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of KANG GYEONGHO
한때 그림이 전부인 때가 있었다
한때 그림이 전부인 때가 있었다. 아주 잠시였지만. 홀린 듯 나만의 공간을 유영하며 되풀이되는 지움과 덧붙임의 붓칠을 해댔었다. 그것이 추구하는 사유와 결과물이 어떠하였나를 떠나, 마치 첫 맞닥뜨렸던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그때처럼. 대상의 본질에 대한 각성과 새로움에 눈뜨는 여정이었지 싶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어쩌다 그림과 마주할 때면 그때의 '지움과 덧붙임의 붓칠'을 기억하며 '작업의 본질'과 마주하려 한다.
드로잉은 데생 실력 향상에 여러모로 유용하다. 특히 자화상 등 자신을 소재로 하는 작업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몰두할 수 있다. 사진은 양정으로 기억되는 선배 화실에서 이젤 앞뒤 거울 두어 개를 두고 교복과 모자를 쓴 필자의 뒷모습을 스케치한 '드로잉-자화상(1977)'이다.
April 4, 2022
강경호(아티스트, 예술감상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