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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8-17 00: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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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일주일 전이었다. 한통의 전화번호가 휴대폰에 남겨져 있었다. 아마 이동 중이라 몰랐던 모양이다. 백낙효 작가님이었다. 기자가 수년전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 친분이 있던 원로 작가이시다. 당시 옆 전시실에서 65세 이상 부산 원로 작가들의 회원전인 ‘열매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전시기간 내내 시간을 같이 한다는 것이 어찌 보통 인연이던가. “강 작가님, 오늘 열매전을 오픈합니다. 시간나면 놀러 오세요.” “아~ 네 축하드립니다. 네~ 늦더라도 참석하겠습니다.” 처음 초대한 전시인지라 잠시라도 뵙고 올 량으로 덜컥 답변을 드리고 말았다. ‘수영넷suyeong.net’이라는 지역 인터넷 신문을 하면서 시간 설계가 불투명해진 나의 처지도 잊은 채! 도착 했을 때는 행사 인사가 막 끝나는 시간이었다. 이후 간단한 식사 후 해산이 예정되어 있는 터라, 40여 분의 원로작가 및 내·외빈 속에서 잠시 백 작가께 인살 드리고 나오려다 욕심이 발동했다. 나도 모르게 체화된 직업정신이 초대전을 주관한 해운대K갤러리 대표에게 다가섰다. 본 인터뷰는 갤러리에 대한 사전 약속이나 정보 없이 지난 8일 오후 즉석에서 이루어졌다. - 수영넷suyeong.net



▲ [수영넷=강경호 기자] ˝화상의 최고 덕목은 잘 파는 것이며, 그럴 때 화가들이 줄을 서는 겁니다!˝ 그녀가 화랑주들에게 던지는 명쾌하고 도전적인 메시지다. 해운대K갤러리 김기자 대표.



오늘 초대전이 개관 기념이라고 되어있군요.

- 해운대 바닷가 크리스탈 1층에 갤러리가 있었는데 최근에 이 곳으로 왔습니다. 지난 74일 이태호 작가전이 있었고, 오늘이 두 번째 기획전입니다.


여기로 옮긴 이유라도...

- 이전 갤러리는 진입로가 좀 불편하다고 주변에서 말씀들 하셨어요. 여긴 전철역이 가깝고, 인근에 이마트도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갤러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저도 오늘 전철을 타고 왔는데 알려준 대로 중동역 5번 출구에서 120m 정도 걸어오니 쉽게 찾게 되더군요. 마인드가 적극적이시군요. 갤러리를 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들었군요. 처음엔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서 개관을 했더랬습니다. '화첩기행' 작가 김병종 개관전을 열었었죠.


▶ 아~ 그랬군요. 갤러리 개관을 부산, 특히 해운대에서 열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서울도 있을텐데.

- 남편 일로 서울서 부산으로 잠시 오게 되었어요. 내려오니까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고, 부산 바다의 모습에 남편이 반해 그냥 부산에 눌러 앉은 겁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딱히 할 일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자연히 갤러리도 많이 가게 되었고. 그런데 신록이 너무 예쁜 6월 어느 날, 곰탕집을 하고 있던 해운대 달맞이의 한 가게를 덜컥 인수하여 이렇게 갤러리와의 인연이 시작 되었습니다.


궁금했던 것이 한 번에 풀렸군요. 그런데 갤러릴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였나요?

- 이전에 업무 차, 영국엘 가게 되었어요. 공원에서 많은 할머니들이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걸 보았죠. 순간 ~ 저게 나의 미래야라고 감탄했죠. 그때부터 기회가 되면 갤러릴 해야지 마음먹었던 것 같습니다.


갤러리 열기 전에는 미술 쪽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셨나 보군요.

- 저는 대기업 연수과정, 전사원 대상으로 하는 정서함양 등 주로 인성과 마케팅 교육관련 일을 해 왔어요. 갤러리를 하면서도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예절 등의 강의도 해 왔습니다.


다른 분야의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인데, 갤러리는 더 그렇지 않나요?

-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어요. 특히 보는 걸 너무너무 좋아했습니다. (‘너무너무라는 표현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림을 배웠어요. 입문 전 그림을 그리면서 교육으로 서양화, 유화 등 많은 교육도 받았습니다. 저는 색상에 대하여 굉장히 민감해요. 색상 공부도 했었죠.


갤러리 운영하시면서 서울과 부산을 비교한다면 어떤가요.

- 약간의 지역 특성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서울 작가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인정해주는 편이에요. 부산은 경상도 기질이라고 할까 고집이 센 편이죠. 자기가 더 우월하다는.


까다로운 작가 분들도 있을 터인데

- 권위 있는 공모전에서 수상 했다든지 하는... 그런 분이 계시긴 해요. 그런 기록들이 있으니 자기가 제일 잘 나가는 작가라 생각할 수 있고. 사실 훌륭한 작가들이세요.


유달리 마음이 가는 작가가 있나요?

-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번민하는 신진작가들이 있어요. 학교를 나오는 순간, 무한대의 기성작가들 · 전업작가들과 일전을 벌려야하는 분들이죠. 그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저가 작품을 좀 해 준적이 있어요.


아주 흥미로운 얘기군요

- 어떠한 경우라도 꼭 100호 정도는 팔죠. 자기 작품이 어디에 걸려 있으니 용기도 나겠죠. 100호짜리 작품 2점을 그럴싸한 로비에 넣어 주었는데 그 작품 아직도 걸려 있어요. 고객께서도 좋아하고 있으니, 저도 고맙죠. "김기자씨가 좋아하는 것은 다 좋다"고 인정을 해주는 것 있죠. 그림도 안 봐요. 사실 고객께서 올 시간도 없는 거죠. 저가 권하면 "하나 정해서 보내주세요"라고 하시고, 저는 2 ~ 3개 가져가는 거죠. 초이스 하시라고.


고객이 선호하는 작품은 따로 있나요?

- 고객에 따라 다르지만 그림이 비싼 걸 원해요. 작품이 좋다면 비싸야 되는가보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저는 제 고객들이 지적 수준이든 부든 모든 것이 다 높고 가지신 분들이라, 제가 마음대로 권하는 걸 규제를 해요. 하여튼 그림 파는 건 좀 어려워요.


▶ 화랑주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뭐라고 보십니까?

- 화랑주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해요. 이미 전속이 되어있는 최고 작가의 경우, 정성과 노력을 쏟아도 결과를 내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그래도 발품을 많이 팔다 보면 오케이!’ 사인이 떨어집니다. 저는 그런 경험을 하였어요. 절실하게 다가가는 저를 보는 순간, 닫혔던 작가의 마음이 열리는 것을 보았을 때 짜릿함은 오랫동안 남아 있습니다.


▶ '발품'과 더불어 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철저한 약속이행'입니다. 이것은 한 번만 지키지 못하면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약속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는 분야는 없겠으나, 그만큼 화랑주의 신뢰는 중요하다고 봐요.


▶ 끝으로 화랑주로서 화랑주에게 한 말씀 해 주시죠.

- "화상의 최고 덕목은 잘 파는 것이며, 그럴 때 화가들이 줄을 서는 겁니다!"


수영넷=강경호 기자 suyeong.net



▲ [수영넷=강경호 기자]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어요. 특히 보는 걸 너무너무 좋아했습니다.˝ 해운대K캘러리 개관 기념 `한국 원로작가 18인 열매전`에 출품된 박기택 작가 『사랑』, 윤종철 작가 『역동』 (좌로부터)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 대표.



[덧붙이는 글]
본 인터뷰는 지난 8일 오후, 해운대K갤러리에 대한 사전 약속이나 정보 없이 즉석에서 이루어졌다. 틈을 내기 어려운 시간에도 기자의 두서없는 가운데 이것저것 다소 까다로운 질문에도 넉넉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기자 대표께 감사드립니다. -수영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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