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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5-11 00: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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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인구 천만 명의 시대! 19대 대선 주요 후보들이 잇따라 반려동물정책을 발표하고, 반려동물과 일상을 함께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는 나라. 반려동물에 대한 우리의 현 주소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과 성숙한 시민의식의 과제도 남겨두고 있다. 바람이 드셌던 지난 1일 오후, 거리에서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이웃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수영넷-



▲ 나의 이름은 `승리`에요. 나이는 3살, 수컷이랍니다. 오늘 병원에 다녀 왔어요. 나는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좋아요.(수영넷=강경호 기자)



어디 다녀오는 길이세요?


아이가 아파서 병원 갔다 오는 길입니다. 기관지가 좋지 않아 3주 째 다니고 있어요.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아요.


이 친구 소개 좀 해주시죠.


이름은 승리, 나이는 38일로 만 2살이 지났고 이제 3살입니다. 종자는 말티즈로 수컷입니다.


승리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부르는 이유가 궁금해요.


처음부터 가족처럼 키울 거라고 마음먹었어요. 좋은 이름 없을까 생각하다가 자식처럼 키울 거니까 이왕이면 아들 이름 승찬의 첫 글자 이 들어가는 이름 중에서 고르자고 남편이 아이디어를 내고 승리로 결정했답니다.


알고 보니 애정이 듬뿍 담긴 이름이군요. 입양은 어떻게 하게 되었습니까?


아이들이 12녀에요. 큰 애가 입대하고 연년생 딸들이 타 지역 대학에 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출근하고 저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반려동물 분양을 권했습니다.


남편이 자상하세요. 그런데 많은 친구들 중에서 왜 승리를 가족으로 맺게 되었나요?


마침 집 앞에 반려동물 가게가 오픈했습니다. 남편이랑 며칠 가 보았죠. 그런데 여러 친구들 중에서 별나게 밥을 먹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누워 있으면서도 저와 눈을 맞추고, 마치 끄집어 내 달라는 듯이 처다 보는 모습에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그 다음날까지 그 녀석을 유심히 살펴보러 갔죠. 그러다 삼일 째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대개 푸들, 말티즈가 키우기에 무난하고 비숑프리제가 예쁘다고들 얘기하세요. 사실 키우면서 털이 날린다든지, 배변 훈련이 잘 안되면 곤란하잖아요. 승리는 태어난 지 2개월인가 그랬어요. 5월에 갔으니까. 그런데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유달리 별난 이 녀석이 눈에 쑥 들어왔었어요.



▲ 생후 2개월이 지난 녀석을 키운 지 3년 차에 접어든다는 황미영(49•대연동) 씨는 자식이라 생각하고 큰 아이 이름 첫 자를 따 `승리`라고 지었다. 사진촬영을 의뢰하자, 승리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미용도 못하고 힘이 없다며 더 예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함을 안쓰러워했다.(수영넷=강경호 기자)



승리를 키우기 힘들지는 않던가요?


누구나 자기 자식이 예쁘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 녀석이 진짜 그렇더라고요. 몇 번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배변 판에서 거의 한 달 만에 배변을 다보고 어려운 말 귀도 잘 알아듣고요, 근데 혼자 집에 있는 거. 승리나 저나 고민이 많이 되죠. 그때는 막 불안해하거든요.


하루는 외출하고 오니까 신발이며 종이하며 집안이 엉망인 적이 있었어요. 6~7시간 정도될 겁니다. 그 때 승리가 마음의 충격을 받아서인지 그 이후부터는 잠시라도 혼자 집에 있으려고 하지 않아요. 울고불고 난리가 나는 거예요. 배변판도 잘 못 가리고... 안되겠다 싶어 훈련소에 가 상담을 받았는데 유치원에 입교하라고 하더군요. 6개월 정도면 고칠 수가 있다고. 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도 하고, 또 좀 굶기는 교육도 있다기에 마음에 걸렸어요. 밥이나 간식을 주면서 훈련을 시킨다기에 그게 너무 안쓰러웠거든요.


그렇다면 외출은 어떻게 하시나요? 오늘처럼 계속 같이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산책은 주기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승리가 갑갑해 할까봐 매일 하려고 해요. 집 앞에 대학이 있어서 대략 30분씩 일주일에 4~5번 나가는 편이에요. 배변 통이랑 목줄도 챙겨가죠. 그러다 부득이 혼자 외출할 일이 생기면 혼자 둘 수 없어 집 근처 애견카페에 맡기거든요.


일부이긴 하지만 배변 통이랑 목줄을 챙기지 않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다른 반려동물도 모두 자기가 키우는 반려동물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주인에게 말도 잘 듣고 순종하니 별 일이야 있겠냐고 생각하시는 거죠. 배변 통도 마찬가지라고 보는 거죠.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점차 상식이 되어갈 거라고 봅니다...


비용도 꽤나 들겠는데요? 주로 어떤 비용으로 지출이 되나요?


나름이겠지만 약간은 그런 편입니다. 1시간 기준으로 금액이 책정되어 있는데 몇 천원 해요. 평일과 주말이 다르고, 1달로 끊기도 하는데 30만 원가량 된답니다. 간식비며 미용비 등 오늘처럼 또 아프면 병원에 가야하고요, 사람과 똑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애견센터수영장에서 수영하고 드라이시키면 몇 만원 들어요...


혹 승리가 집안에서 짖거나하여 불편했던 적은 없나요?


집에서 소리 지를 일은 없어요. 대신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면 귀를 쫑긋해서 경계하죠. 그럴 때 한두 번 들리면 승리를 안아버린답니다. 품에 안아서 뭔데 하면서 밖을 같이 보죠. 그러면 조용해진답니다. ~ 그리고 계속 졸졸 따라다니니까 화장실가기도 겁이나요 ㅎㅎ


키우길 잘했다라고 생각한 적은 언제였나요?


속상할 때, 승리를 보며 얘기하죠. 얘길 하면 다 들어주면서 갸우뚱한 표정이 저에게는 위로가 되죠. 그것이 너무 기뻐요. 나하고 눈을 맞추면서 위로해주고 치료해준다는 느낌이 들죠. 또 있어요. 남편 출근 전에 주스를 만들어주는데 아침이 되면 나를 핥아주며 신호를 보내주죠. 그거 해 주라고.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면 저보다 먼저 나가서 남편을 반겨주죠. 그럴 땐 승리가 대견해지죠.



▲ 승리는 자신의 눈을 맞추면서 위로해주고 기쁨을 주는 아이라며 반려동물은 ‘생명’이니, 책임감이 없으면 키울 생각을 가지지 않은 것이 좋다는 승리엄마 황미영 씨.(수영넷=강경호 기자)



앞으로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은 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이거 정말 생명이니까 책임감 없으면 절대 키우면 안 돼요. 승리의 경우, 좀 약한 거 같아서 걱정이긴 한데 사료만 잘 주면 요즘은 16~20년 정도 산데요. 승리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다시는 키우지 않을 거라 생각해 보죠. 키운 경험이 있는 사람은 또 키우게 된다고들 하는데... 떠나보낸다는 아픔만큼 저가 받는 기쁨 또한 커답니다. 자식과 같으니까. 그래서 힘들기도 해요. 그만큼 챙겨야할 것도 많으니까요. 솔직히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인간의 입장으로서.


한편으로는 사업적 목적 때문에 이 아이들이 자꾸 늘어나잖아요. 그러면 누군가가 책임 져 주어야 하고, 길거리에 버려지고 그럴 거 같으면 저 같은 사람이 키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가져봐요. 그런 마음이 아니라면 절대 키울 생각 마시라고 하고 싶어요.


바람이 제법 부는 오후, 승리의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길거리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황미영 님께 감사드리며 승리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강경호 기자 suyeong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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