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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3-14 15: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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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유 윤성지/맹호백태도




예로부터 호랑이는 우리민족과 인연이 깊은 동물로 사랑을 받아왔다. 현실 속 호랑이는 인간을 잡아먹는 무서운 적이지만 신화속의 호랑이는 인간을 돕고 산을 지켜주는 신령한 존재였다. 자식의 입신양명과 집안의 안녕을 위하여 호랑이 그림을 걸고 건강을 기원하며 호랑이 뼈를 갈아먹고 바르며 능호석을 무덤에 세워 망자의 명복을 빌기도 하였다.




호랑이화가로 알려진 무유 윤성지(67. 호랑이미술관관장)씨를 밀양호랑이미술관에서 만났다. 방금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호랑이를 뒤로 하고 손자를 안고 있는 모습은 여느 촌로村老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곁에서 본 작가는 그림속의 용맹하고 기품 있는 호랑이의 모습 그대로 닮아있었다. 철학자로서 최근 활발한 저술 강연활동을 하고 있는 그에게 호랑이의 형상을 통해 우리민족의 혼을 그려나가고 있는 화가로서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 화가로서 그림에 입문한 계기가 있다면


우리 전통문화를 공부하던 어느 날 대웅전 모퉁이에 자리한 산신도의 호랑이를 보게 되었다. 약간은 사납고 우스꽝스러우며, 어딘지 볼품없고 용맹스럽지 못한 호랑이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언짢고 불편해졌다.


그날 이후 여러 사찰과 화랑 등을 찾아 나섰지만 여전히 마음에 드는 호랑이는 없었다. 마치 사람은 알기 쉬운데 그 속마음은 알기 어렵다는 것처럼 호랑이의 참모습에 대한 의문과 관심이 깊어지면서 문득 본적도 없는 용은 그리는데 처다 본 호랑이는 왜 못 그리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한번 그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어느 날 문방구에서 일재료를 사 정신없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다음날 그림을 본 가족과 주변사람들이 어디서 그림을 샀느냐며 물었다. 바로 40년 전 27살에 그린 최초의 호랑이그림 '소향무적所向無敵'이었다.



- 왜 호랑이인가


호랑이는 혼을 지닌 무적의 강자로 절대적인 힘을 소유함으로써 적이 없다. 아니 싸우기도 전에 먼저 호랑이는 이겨놓고 싸운다.


호랑이는 하늘의 추성이 변해서 만들어진 짐승이라고 한다. 북두칠성의 첫 번째 별 추성樞星이라는별의 기운이 내려와 만들어진 호랑이는 무적의 강자다. 호랑이는 배를 채우기 이전 그 영혼마저도 채운다. 큰 몸속에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눈에서 불을 토하면서 무서운 이빨을 드러내는 호랑이는 바로 우리의 분신이다. 우리민족의 ''인 것이다.


우리민족은 이러한 호랑이의 혼을 본받아야한다. 나는 대표적인 호랑이작품을 통하여 우리민족의 또 다른 모습을 그려내고 우리민족의 정체성과 혼이 담긴 호랑이를 그리고 싶었고, 우리 민족의 혼을 살릴 글을 쓰고 싶었다.



- 작품 구상과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있다면


새로운 작품 구상의 출발점은 항상 같다. 또 다른 우리의 모습, 우리민족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무슨 가죽을 씌웠나가 문제지 내부는 똑 같지 않느냐. 작품 대상을 정해 놓고 그릴 때가 많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의 사진을 보면서 명상과 사유를 통해 호랑이를 그리면 신기하게도 그 사람과 닮은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다. 그림에 몰입하다보면 누가 내 손을 빌려가는 것처럼 혼을 내 빼는 것처럼 무아의 세계로 빠져든다.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른다.


장자의나비의 꿈에서처럼 배우지도 않은 내가 호랑이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보면 가끔 내 전생은 호랑이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면에서 난 호랑이가 윤회한 것 같다. 호랑이가 바로 나고 내가 바로 호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 맹호백태도猛虎百態圖는 어떤 작품이며, 작품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호랑이로 대변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형과 기상을 보면서 민족을 대표할만한 호랑이 그림 하나쯤은 있어야겠다 싶었다. 맹호백태도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금수강산을 배경으로 그 위에 백한마리 호랑이를 넣어 그렸다. 가로 5m 세로1.1m 크기로 서로 다른 산세와 자태, 형상을 한 나무 500그루를 지도 위에 찾아 넣었다. 이를테면 백두에서 한라까지로 작품 오른쪽 끝에서부터 한라산 백록담, 중간쯤의 금강산과 묘향산, 그리고 왼쪽 끝으로 영산 백두산 천지와 장백폭포를 그려 넣었다.


어려웠던 점은 서로 다른 모습과 형태 내기였다. 주먹만한 크기서부터 새끼손가락 크기의 호랑이까지. 그러다보니 호랑이느낌을 내기가 어려웠다. 26년간 14개의 작품을 완성하였다. 백한마리 호랑이도 따지고 보면 결국 한 마리일 뿐이다. 하지만 '맹호백태도猛虎百態圖'를 만드는 작업은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과 같은 작업이었고, 무대 예술을 연출하는 것과도 같은 작업이었다. 처음에 각본을 만들고 다음에 호랑이를 출연시키면서 그들의 동작에 의미를 부여해 나갔다. 말하자면 호랑이의 형상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추구해 나갔던 것이다. 그랬더니 그 내용이 자연스럽게 관념적인 것이 아니고 현실적인 것이 되었고 힘의 논리로 발전해 나갔다.



- 독학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이루었다. 소위 말하는 제도권에서의 작품 활동에 대한 생각은


여지껏 작품을 해 오면서 어떠한 공모전, 단체전을 기웃 거리지 않았다. 내가 좋아서 하는 작품이다. 남들이 그리는것이 궁금하다거나, 스승을 찾아서 배우겠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정한 창조는 자기만의 세계를 갖는 것이다.



- 작품에 대한 관리는


2천여 점의 호랑이 그림과 민속품 등 1천여 점을 호랑이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20~30점 정도가 외부인이, 일부는 외국인이 소장하고 있다. 그 중 88올림픽을 기념하여 그려진 가로 1.1m 세로 2.3m '맹호기상도猛虎氣象圖'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구입하여 현재 올림픽 기념관에 전시되고 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3월 인제대학교 백인제기념도서관 주최로 열린 김학수기념박물관에서무유 윤성지 맹호백태도전열었다. 525일에는 국제신문 4층 대강당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하여라는 주제의 초청강연이 있다. 년 말이나 내년 초 몇 권의 서적을 출간할 예정으로 당분간은 저술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 그렇다면 혹 제자나 후학을 가르치실 생각은


제자를 가르치거나 후학을 둘 생각은 없다. 작품이라고 다 작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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