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호이야기
"잠시 쉬었다가렴"
태풍 카눈이 아침부터 드세다. 거리엔 세찬 비바람으로 어지러이 떨어진 잔가지와 잎들로 가득하다. 강풍으로 손에 든 우산을 가누기조차 힘든 그때. 걸어 오르던 육교 중간쯤 우두커니 서 있는 새 한 마리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섰지만, 우왕좌왕 날갯짓도 못 하고 계단 구석 철망으로 몸을 숨긴다. 아직 성체는 아닌 듯한 갈매기가 기진맥진한 것일까. 잠시 비바람 피할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에 계단 아래로 쫓아냈다. 도로 쪽으로 방향을 틀어 자칫 아찔한 순간도 있었으나, 고마운 이웃의 도움으로 급히 구한 비닐 팩에 조심스레 녀석을 담았다. 인근 캠퍼스, 비바람 피할 테라스 공간에 녀석을 두고 헤어졌다. "잠시 쉬었다 가렴"
August 10, 2023
Story of KANG GYEONGHO
강경호(현대미술가. KBS내마음의시_1987)